우루루

병리, 마니아, 그 뒤에서

전송실패 2022. 4. 18. 02:42


병리, 마니아, 그 뒤에서


시인께선 왜 아직도 살아계세요?
왜 헤로인. 매독. 니코틴으로 죽지 않고
아직 살아서 밥대신 소주를 마시며 살아나셨어요?
일평생 해로운 것으로 몸을 가득 채우고 시집을 게워내셨는데 요절하지 않고 질기게도 나를 괴롭히세요?
당신을 먹고 자란 나도 곧 죽을 거 같은데 안죽어요.
넘치게 먹고 내장이 찢어져 디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배쩍 꼻아있어요.
화풀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신이 만든 우주 속에서 나는 저주를 삼키고 아름답고 슬픈 말들로 대신하게 됐어요.
그래서 병들어 여관방에서 죽다 살아난 불쌍한 시인 당신
늙고 생생한 당신을 죽이고 싶어요 맘속으로 찌르고 또 내리치고 으깨버렸는데.
저의 사주 오행 속에 살인자의 그것이 있던가요? 별자리에는요?
신비한 세계와 이 우주 사이 공허 속에 시체를 던지고 잠들기 전 이 기도를 써내려 갑니다 당신의 쌍둥이가 그것을 찾아내겠죠.
내가 매일 당신을 죽인다는 루머와 기도
흩어져 사라지게 내버려 둘 거에요
스스로 행운이 되어
못내 사랑해 마지않는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