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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계충

마을버스 타고 가는 길에 초등학교가 있어서 매일매일 초글링들과 함께 출근한다.
뉴스에서 봤던 동급생을 범죄수준으로 괴롭힌다거나 악의가 가득한 말들을 주고받는 아이들이라기엔 너무 작고 말랑말랑하게 생겼다.
어쨌든 초등학생들의 버스 매너가 하나하나 빡치지만 나도 그랬겠거니 하고 내버려두는 편이다...만
오늘 출근길 맨 뒷자리 구석에 있던 여자아이를 보고 들었던 여러가지 생각이 있어서 메모해본다.

아이는 작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고있었는데 이어폰을 꽂지 않아 소리가 나에게까지 잘 들렸다. (나는 맨 뒷자리 반대편 끝자리)
요즘도 한번씩 버스나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스피커로 소리를 틀어놓고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보긴 한다. 내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비중이 훨씬 줄어들어서 그렇지 그래도 일년에 다섯번 안팎으로 목격한듯. 시간이 많이 흘러 이어폰 등이 대중적으로 보급되었을 텐데 아직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어쨌든 아이에게 주의를 줄까 하다가
이 아이가 건장한 성인이었어도 내가 쉽게 주의를 줘야겠다 마음 먹을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시끄러워서 주의를 줘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던게 아니라 이 아이가 아무런 제제 없이 큰다면 공공장소에서 스피커 틀어놓고 영상을 보는 어른이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주의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결된 것이다.
성인의 경우에도 나는 꼭 시끄러우니 이어폰을 끼우시라고 말하긴 하는데 그땐 그냥 내가 피해보니까 피해주지 말라는 의미가 전부였다.
그런데 아이라고해서 가르치려는 마음이 들었다니... 게다가 아이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라는 걸 알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왜 그런 행동을 하는가?
본인 딴에는 소리를 작게 틀어놓고 영상을 보고있었다.
나중에 크면 안그럴 수도 있는데 내가 저 아이의 행동거지를 고쳐놔야 미래가 편하다는 생각은 넘나 훈계충과 같은 사고방식 아닌가 ..?!!
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이는 버스가 정류장을 지나치기 직전에 벨을 누르고 튀어나갔다.

생각해보면 나도 상당히 규범을 잘 지키는 아이였지만 때로 가까운 어른이 지켜보지 않는 순간엔 지키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어쨌든 공공장소에서 이어폰을 끼는 어른이 되었지...

여튼 난 아무런 행동도 못하고 시이 지나버렸다.
개인적으로 잘못된 행동은 (특히 내가 잘못한거) 무조건 지적받은게 내 인생을 위해 이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잠깐 보고 지나칠 아이들에게까지 그걸 강요하면 훈계충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