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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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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억한다 -소년기- 나는 기억한다. 도서관 책장에 ‘밤'이라는 책이 거꾸로 꽂혀있던 것을. 나는 기억한다. 달세가 밀려 부모 없이 혼자 집을 나와야했던 옆 반 달림이의 반지하 하숙방이. 그 아이가 집 주인에게 큰 소리로 화를 내며 통화하던 것과, 지나치게 밝은 조명에 드러나던 방안의 모습이. 20L 짜리 쓰레기 봉투에 옷가지와 팬티와 스타킹을 쑤셔박던 것을. 나는 기억한다. 쓸린 상처가 딱지가 되어가던 여학생의 종아리를. 나는 기억한다. 석양으로 노랗게 물든 커튼을. 나는 기억한다. 자기 입냄새를 맡아보던 나의 남자 짝궁을. 나는 기억한다. 교실에서 농구공으로 내 안경을 부러트린 남학생을. 괜찮다며 머리칼을 헤집었더니 불 같이 화를 내었고, 그 후 그 남학생의 누나로부터 저질스러운 욕을 들었던 것을. 나는 기억한..
가벼운 물체를 무겁게 하기 공중에 떠있는 깃털을 무겁게하기. 1. 흩날릴때마다 무거운 진동 소리를 넣는다 2. 여러명이 아래에서 힘겨운 표정으로 받친다 3. 무거운 것이 하강하는 듯한 강조선을 그려넣는다 4. 세 자릿수에서 멈춘 저울을 아래 갖다놓는다 5. 입으로 바람을 부는 척하는 연기자를 주위에 배치한다 6. 이것은 고대부터 내려온 묠니르이고 주인이 될 자만이 들어올릴 수 있다는 소문을 퍼트린 후 들어올린 사람을 토르로 추대한다 7. 엄청나게 크고 무거운 깃털 모형을 만들어서 보여준 후 깃털도 사실 무거운데 아주 멀리서 날고 있기 때문에 작아보이는 거라고 설명한다 8. 런던브릿지 수준의 건축 기술로 받침대로 받치기 9. 아주 깊게 찍히고 땅이 파헤쳐진 깃털 자국 보여주기
규칙성과 익숙함과 얘술 난생 처음 사운드 프로듀싱을 건드려봤다 음악적 지식은 아예 없어서 그냥 이거저거 눌러보는 수준이다. 그래도 귀는 달렸다고 듣다보면 박자가 튈 때 졸라 거슬린다. 하다보니까 음악답게 들리는 소리의 기준은 반복되는 사운드, 즉 박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한 박자나 멜로디를 찍어놔도 그 마디를 반복시키면 왠지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리고 그 박자에 익숙해졌을 때 뭐가 하나 튀면 꺼림칙한 기분이 든다. 그러니까 사람이 어떤 소리를 들었을 때 규칙성이 있고 그것에 익숙함을 느끼면 음악처럼 느끼는 거고, 계속 뜬금 없는 소리만 나오면 소음으로 느끼게되는 거 같다. 소음은 단순히 시끄러운 소리가 아닌 것이다. 테크노 음악 귀 엄청 따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그걸 음악이라고 느끼고 헤비메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
예술가가 되는 시간은 스토리보드 작가로 사는 것과 예술가 되기에 대한 글을 쓰다가 다시 정리함 예술가가 된다는건 예민한 감각과 흡수력 재해석력 남들이 모라 하든 조깔 수 있음 등의 조합물이 되는거다. 근데 타인이 존재하지 않으면 유지되지 못하는 일을 오래하면 당연히 위에 서술한 감각들이 떨어진다. 단순히 작업물만 뽑아낸다고 예술가가 되는건 아닌거다 작가들이 비슷비슷한 거 계속 복제하듯 생산하는 것도 여하튼 자기들 나름대로 최대한 예리한 감각을 갈고 닦아서 만드는거다.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 감각 무너지는건 일년도 안걸림 .. 돌아와 내 감각 ㅠ 아무튼 내가 미래에 되고싶은게 있으면 지금 그렇게 살아야된다
예술가가 되는 시간은 스토리보드 작가로 사는 것과 예술가 되기에 대한 글을 쓰다가 다시 정리함 예술가가 된다는건 예민한 감각과 흡수력 재해석력 남들이 모라 하든 조깔 수 있음 등의 조합물이 되는거다. 근데 타인이 존재하지 않으면 유지되지 못하는 일을 오래하면 당연히 위에 서술한 감각들이 떨어진다. 단순히 작업물만 뽑아낸다고 예술가가 되는건 아닌거다 작가들이 비슷비슷한 거 계속 복제하듯 생산하는 것도 여하튼 자기들 나름대로 최대한 예리한 감각을 갈고 닦아서 만드는거다.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 감각 무너지는건 일년도 안걸림 .. 돌아와 내 감각 ㅠ 아무튼 내가 미래에 되고싶은게 있으면 지금 그렇게 살아야된다
돈 벌 수단의 무서움 일하면서 만나본 사람들은 업계에서도 아주아주 적은 숫자이지만 대충 뭉뚱그려도 될거 같아서 글로 정리해본다. 우선 영화 업계인들 중 90프로는 자기 작업 하고싶어하는 듯하다. 실제로 스토리보드 작가 임선애님은 감독과 각본을 맡아 2020년에 [69세]라는 영화를 개봉한다. 안봐서 영화 자체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거 봐선 작가 고유의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라고 본다. 어쨌든 대부분이 일을 하면서도 다들 짬을 내서 어떻게든 자기 작업을 따로 하고있다는 것은 맞는 것 같다. 나도 그렇고. 하고있진 않아도 언젠가 자기 영화 찍고싶어한다던가 꽤 괜찮은 직업이다 미래에 하고자 하는 것과 연관되어있는 일이고 사람이 중요한 업계에서 일하니 인맥같은 부분도 있고 일을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배..
예술 하기 -1 졸업한지 딱 2년 됐군 요즘들어 작업 꾸준히 하는 친구들이 부럽다 나도 가끔은 이런 저런 작업 구상을 하기도 하는데 갈수록 나한테 감각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하면 예술을 다시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다가, 왜 안하게 되었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막학기에 코로나 터지고 졸업 당시 여름 즈음에 미술관을 비롯해 모든 활동이 막히기 시작하면서 겁이났다. 그래서 덜컥 예체능 입시학원에 취직, 반 년 정도를 구른 후 집에서 가까운 사무직에 다시 취직했다. 그리고 콘티 공부를 병행하고 올 상반기까지는 기억이 사라질 정도로 콘티와 영화 업으로 바빴다. 콘티 그리다 손가락 인대가 빠지고, 작업하던거 계약서 쓰자하니 연락 두절 당해버린 후로 일을 쉬는 중이다. 비슷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 모임에 한 번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