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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 기록

스타트 ㅅㅂ

경위---

3:50에서 4:00 사이
믹스맥 메인 스테이지 중앙에서 약간 왼쪽이고 뒤
친구를 배웅하고 다시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았고
친구 왼편에 섰음
미끄럽기도 했고 카톡을 보내느라 큰 움직임 없이 서있었음
카톡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내 등을 3회정도 약간 빠르게 문지르고 나를 지나침
그 남자를 잡아세워 돌아보게 함
나 : 뭐야? 라고 함
남자 : 웃음 + 내쪽으로 조금 더 다가오는 듯한 느낌
나 : 개정색하고 방금 내 등 만졌다고 말함
남자 : 얼굴을 찡그리고 어깨를 으쓱하고 가버림
약간 오른쪽 사선방향으로 가서 흰 티 입은 친구 목에 본인 팔을 두름

4:20쯤
출구 옆에 깔린 의자에 앉아서 나가는 남성들을 한명한명 확인했으나 찾을 수 없었음

5시쯤? 카스 스테이지랑 메인스테이지 가서 대략적으로 남성이 있는지 확인함 -> 없음
카스에서 잠깐 서있는데 공간에 씨씨티비가 있었던 걸 기억해냄 -> 인포 가서 문의

남성 인상착의
나보다 약간 컸고 대략 170초반에서 중반 사이
그렇게 크거나 엄청 마르진 않았지만 약간 슬렌더에 가까움
머리 뒷머리는 짧았고 앞머리는 조금 있었고 약간 곱슬기
무쌍이거나 무쌍처럼 느껴지는 눈매
얼굴 살이 적은 느낌
피부에 약간 여드름자국 같은 거 살짝 있었던 듯

공간이 좁아서 지나가기 위해 건드린거 절대 아님
-> 뒷공간 넓었고 나는 막 들어온 터라 거의 뒤였음
스테이지 내부에서 맨뒤는 아니고 중앙에서 좀 뒷편정도
앞으로 갈거였으면 남성의 친구들이 있는 오른편에서 뚫고 들어가거나 널널한 쪽으로 갔을거임
고의성 다분한 손놀림이었음


심경---

꽤나 재빨리 잡아세웠고 추궁했음에도
남성이 그냥 가버리자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추행당한 직후엔 정신을 차리고 있었는데
내가 뭐야? 라고 했을 때 그새끼가 웃으니까 갑자기 벙쪘다. 그래서 순간 아는 사람인가 싶었는데 그때 느낀거는 이새끼가 나한테 플러팅 해놓고 내가 반응하니까 그게 긍정적인 신호로 일았던 거 같다. 그래서 더 정색하고 똑바로 사실을 말했던 거 같음.
여튼 좋라 뻔뻔하게 아래 이미지같은 제스처와 표정을 하고 그대로 가버림

이 중에서 마지막 이미지가 제일 근접함
시발 흰 반팔티인것도 비슷하네ㅋ ㅋ
암튼 이 바디랭귀지에 벙쪄서 그냥 계속 보고있었는데
얘가 내 시야에 있는 동안 사실 고민을 졸라 했다
1. 사람 너무 많고 시끄러워서 남성이 있는 곳까지 가기 너무 빡셈
2. 원래 좀 회피가 심함. 문제를 해결하는 거보다 덮고 걍 잊고싶음
3. 안그래도 남친이 나 레이브 보낼때마다 걱정 많이함. 남녀사이 부비부비 혹은 플러팅이 있을까봐 + 사람 많은데서 다칠까봐 / 그리고 매번 아침에 들어가는 거 연인으로서 불만
-> 더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음 / 앞으로 레이브 갈 때 더 심하게 반대할 거 같음(심지어 타당해) / 연인이 성추행당했으니 얼마나 개빡치겠어

음 고민을 했다기보다
남성을 쫓아가지 않게된 데에는 저 무의식이 내재되있었다고 보는게 맞다
회피성향 정말 많이 고쳤는데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나 스트레스 하에서는 다시 돌아가는 듯 ㅠ

친구한테
“이런 일 아예 없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뒷말 기억은 안나는데 약간 유쾌한 느낌으로 말 끝냄)”
그러고 옥토옥타 끝날때까지 걍 서있었다.
근데 등에 추행의 감촉이 계속 남아있고 생각할수록 찝찝해졌다.
아 성범죄 피해자들의 대부분이 왜 곧바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지 직접경험을 한 것이다 ^^
문제라고 인식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이었다.

계속 그 상태로 있다간 더 좆같아질 거 같고
그대로 집에 가면 계속 생각날 것 같았다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도 사실이지만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내일의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심어주게 되는 거다
그래서 일단 허리도 아파서 나갈려면 반드시 지나쳐야하는 길목에 앉아서 나가는 남자들 얼굴을 뜯어봤다.
사실 그땐 얼굴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나중에 다른 사람한테 인상착의 설명하려니까 명확하게 말을 못하겠되게 모호하거고 두리뭉실하게 말하게 됨.

여튼 그렇게 앉아서 보는 동안 친구랑 얘기를 나눴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랑 찾아내서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등..
1. 찾는다
2. 카메라 혹은 음성녹음을 켠다
3. 진술을 받아낸다
4. 사과를 받거나 경찰에 신고한다 (하지만 사실 신고하고 싶지 않다 일 커짐)
근데 사실 못찾더라도 내가 그놈을 그냥 보내버린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기억을 가지고 레이브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친구랑 이런저런 얘기 하고 우리 짜장이 사진도 보고 하니까 기분이 괜찮아지기도 해서 그대로 마무리해도 괜찮을 거 같았다.
근데 결국 못찾고 다시 스테이지에 서있다보니
그 남성을 경찰에 신고하는 생각이 자꾸 떠오르고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시뮬레이션이 돌이기더라.
그러다가 내가 내부에서 씨씨티비 봤던게 생각났는데
그 생각이 난 거 자체가 좀 싫었다.
그치만 씨씨티비를 떠올린 이상 집에 가서도 언젠간 씨씨티비를 떠올렸을 거고, 그때 떠오르면 더 때를 놓친거라 더 기분이 안좋았을 것이다.

근데 씨씨티비 여부를 물으러 가는 길에도, 아 씨씨티비 없다고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나서 든 생각은, 남자친구한테 알려지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겪은 이 사실을 남친이 알게되어 그와의 관계와 레이브를 두고 저울질 혹은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받아들이고 그 때 가서 고민해볼 문제다. 남친의 빡침도 내가 감당해야할 일이고.

피해사실을 말하는 과정은 진짜 어려웠는데
심적으로 불편해서 어렵다기보다는
정확하게 어떻게 설명헤야할지도 잘 모르겠고
말하면서 ‘아 이거 별거 아닌가..?‘ 라는 생각도 계속 든다는 점이었다.
더군다나 등이라는 부위를 말할 때 나도 모르게 듣는 사람 표정을 살피게 됐다.
문지른것도 정확하게 어느정도로 어떻게 문지른건지 설명하기 어렵고. 내가 설명했을 때 상대방이 ’이렇게요?’ 하면서 너무 간단한 제스쳐를 하거나 너무 과한 제스처를 하면 그걸 되게 바로잡고싶어졌다.
가벼우면 내가 당한게 별거 아닌거 되는 거 같아서 정정하고, 과하면 사실을 부풀리는 거 같아서 정정했다.
휴시발

연락처를 남긴 후 베뉴에 있던 지인 2명에게도 사실을 알렸는데
남성 지인 같은 경우 별 코멘트를 하지 않았던 부분이 좀 마음에 걸린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나? 싶기도 한데
내가 당할때 옆에 있던 남사친도 처음에 말을 꺼내야하나 말아야하나 당사자 앞에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몰라서 그냥 기다렸다고 했던 걸 생각하면
여성이 당한 피해에 남성이 굳이 묻지 않는 것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욕한마디 안해준 건 조금 속상해서 그친구랑 거리를 두게 될 것 같음 .. ㅎㅋ

할만큼 하고 나와서 집에 돌아가는 길
그래도 기분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또 점점 좆같은 기운이 올라오더라
그래서 집 들어가기 전에 이 글로 감정 정리하고
집가서 씻고 고양이 뱃살 만지면서 잘 예정


+

집 들어왔는데 계속 생각나는 것이 있길래 추가

21살에 약수역에서 6호선으로 환승함
어떤 할아버지가 눈에 띄었었는데
에스컬레이터 왼쪽에 서있을 때 할아버지가 내 뒷칸 오른쪽에 서있었음
아 노인분이라 잘 모르시나보다 머 걸어내려가는 사람도 없으니 상관 없겠지 라고 생각
지하철 타고 자리에 앉자 할아버지가 내 앞에 섬
그 상황 자체는 뭐가 이상한 느낌이 없었음
그런데 옆자리 어떤 여성이 큰 목소리로
“야 너 저 할아버지(아저씨?) 알아?”
라고 나한테 말했고
나 약간 쫄아서 아니요.. 라고 대답하자
“조심해. 쟤가 아까부터 너 쫓아왔어.” 라고 하는 것..
할아버지는 다른 칸으로 갔고 여성이
”지 얘기 하니까 쫄아서 가는 것 봐. 병신“
이라고 함
여성의 모든 말은 데시벨이 컸고 또박또박했음

이 언니처럼 살아야지

+

얼마 전에 범죄피해를 당하게 되는 조건을 글로 썼던게 존나 웃기긴 한데
내 가정을 더 확고히 하게 된 게 오늘이었다
추행처럼 느껴지는 것들은 아니었는데 유독 몸을 만져대는 놈들이 많았는데
내가 당한 순간들을 생각해보면 가만히 서있을 때였다.
원래 그렇게 움직임 없이 서있지 않는데
오늘 바닥이 미끄러워서 좀 서있었더니만..
시팔 여자로 레이빙하기 힘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