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림일기

우는 일

KBS 라디오 극장 2017년도 앓던 이 빠지던 날(?) 이란 작품.
사회의 여러 쓴 맛을 경험한 주인공이 앓던 이가 빠지며 오열하는 장면이 마지막.
내 대사는 아니었는데 이 부분 맡으셨던 분이 자기 감정을 ’적당히‘ 쓰시는 (선생님 평) 경향이 있으신 분이라, 수강생 전체가 그 대사를 쳐보게 되었다.
1트는 전부 다 비슷하게 적당히 했고 우는 방법 코치를 듣고 들어간 2트에서는 나를 포함한 대부분이 눈물 콧물을 흘렸음.

울음을 참아야 울 수 있다.

참 신기한게
울 때의 몸 상태를 만들면 뇌가 착각해서 눈물이 난다.
코로 숨 못쉬는데 목이 부어서 숨이 막히는 거,
눈물 참으려고 눈에 힘 주는 것처럼 눈 안 깜빡이는 거,
상태를 진정시키려고 숨을 내쉬려다 다시 콱 막히는 거,
몸을 둥글게 말아서 배에 힘 들어가는 거 등등
육체적으론 이 상태를 만들어 놓고 정신적으로는 이 울음이 터지는 상황을 미친듯이 떠올린다.
내 눈물 트리거 중 하나는 억울함이랑 분노인데 대사 상황이랑 맞아서 나 존나 억울해!!!!!!!!! 으아아아아아악
이런 생각을 계속 했다. 대사 자체가 엄마랑 전화통화하는 거라 더 이입이 쉽기도 했고.

여튼 저렇게 코칭 받고 2트 하니까 한 명 제외 전원이 리얼 눈물 콧물이 났다는게 넘 신기했다.
두루마리 휴지 하나씩 옆으로 건네는 것도 재밌는 광경이었음.ㅋㅋ

울지 않고있는 상태에서 안 울려고 할 수록 더 눈물이 나다니..
울지 말라고 하면 갑자기 부왁 눈물 터지는 거랑 비슷한걸까 우리 뇌는 부정하는 일을 못한다던데 울지 않으려 할수록 몸이 반응할정도로 울게 되는 걸까

연기를 할 당시에는 여러 사람이 있다는 걸 신경을 못썼다.
근데 끝나고나서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내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우는 연기를 해본 첫 순간이고, 의미가 깊은 순간이라고 하셨다.
사람들이 신경쓰이진 않았어서 의미가 어떻게 깊은진 모르겠지만 프로가 그렇게 말하니까 일기라도 써 둬야지.

우는 거 참 좋은 일이다.


'그림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킷리스트  (2) 2023.08.07
글을 안쓰면 시도 안써진다  (0) 2023.07.28
최근 본 소름끼치는 인간  (0) 2023.06.22
Jamie branch-prayer for america  (0) 2023.06.22
  (0) 2023.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