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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것

오장환

 

심동(深冬)

 

눈 쌓인 수풀에

이상한 산새의

시체가 묻히고

 

유리창이 모두 깨어진

양관(洋館)에서는

샴페인을 터뜨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언덕 아래

저기 아 저기 눈쌓인 새냇가에는

어린 아이가 고기를 잡고

 

눈 위에 피인 숯불은

빨―갛게

죽음은 아, 죽음은 아름다웁게 불타 오른다.

 

헌사, 남만서방, 1939

 

 

 

체온표(體溫表)

 

어항 안

게으른 금붕어

 

나비 같은 넥타이를 달고 있기에

나는 무엇을 하면 옳겠습니까

 

나래 무거운 회상에 어두운 거리

하나님이시여! 저무는 태양

나는 해바라기모양 고개 숙이고 병든 위안을 찾아 다니어

 

고층의 건축이건만

푸른 하늘도 창 옆으로는 가까이 오려 않는데

탁상에 힘없이 손을 내린다.

먹을 수 없는 탱자열매 가시나무 향내를 코에 대이며……

 

주판알을 굴리는 작은 아씨야

너와 나는 비인 지갑과 사무를 바꾸며

오늘도 시들지 않느냐

화병에 한 떨기 붉은 장미와 히아신스 너의 청춘이, 너의 체온이……

 

헌사, 남만서방, 1939

 

 

 

적야

 

적요한 마음의 영지로, 검은 손이 나를 찾아 어루만진다. 흐르는 마을의 풍경과 회상 속에서 부패한 침목을 따라 끝없이 올라가는 녹슨 궤도와 형해조차 볼 수 없는 조그만 기관차의 연속하는 차바퀴 소리.

 

기적이 운다. 쓸쓸한 마음속에만이 들려오는 마지막 차의 울음소리라, 나는 얼결에 함부로 운다. 그래, 이 밤중에 누가 나를 찾을까보냐. 누가 나에게 구원을 청할까 보냐.

 

쇠잔한 인생의 청춘 속에 잠기는 것은 오직 묘지와 같은 기억과 고적뿐 이도 또한 가장 정확한 나의 목표와 같다 기적이여! 울어라 창량히....... 종점을 향하는 조그만 차야! 너의 창에 덮이는, 매연이나 지워버리자 지워버리자.

 

 

 

 

불길한 노래

 

나요. 오장환이요. 나의 곁을 스치는 것은 그대가 아니오. 검은 먹구렁이요. 당신이오.
외양조차 날 닮엇으면 얼마나 기쁘고 또한 신용하리요.
이야기를 돌리요. 이야길 돌리요.
비명조자 숨기는 이는 그대요. 그대의 동족뿐이요.
그대의 피는 검어타지요. 붉지를 않고 검어타지요.
음부 마리아모양, 집시의 계집애모양.

 

당신이요. 충충한 아구리에 까만 열매를 물고 이브의 뒤를 따른 것은 그대 사탄이요.
차듸찬 몸으로 친친이 날 감어 주시요. 나요. 카인의 말예요. 병든 시인이요. 벌이요. 아버지도 어머니도 능금을 따먹고 날 낳았소.

 

기생충이요. 추억이요. 독한 버섯들이요.
다릿-한 꿈이요. 번뇌요. 아름다운 뉘우침이요.
손발조차 가는 몸에 숨기고, 내 뒤를 쫓는 것은 그대 아니오. 두엄자리에 반사한 점성사, 나의 예감이요. 당신이요.

 

견딀 수 없는 것은 낼룽대는 혓바닥이요. 서릿발 같은 면도날이요.
괴로움이요. 괴로움이요. 피흐르는 시인에게 이지의 푸리즘은 현기로웁소.
어른거리는 무지개 속에, 손꾸락을 보시요. 주먹을 보시요.
남빛이요 - 빨갱이요. 잿빗이요. 잿빗이요. 빨갱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