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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돈 벌 수단의 무서움

일하면서 만나본 사람들은 업계에서도 아주아주 적은 숫자이지만
대충 뭉뚱그려도 될거 같아서 글로 정리해본다.

우선 영화 업계인들 중 90프로는 자기 작업 하고싶어하는 듯하다.
실제로 스토리보드 작가 임선애님은 감독과 각본을 맡아 2020년에 [69세]라는 영화를 개봉한다.
안봐서 영화 자체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거 봐선 작가 고유의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라고 본다.
어쨌든 대부분이 일을 하면서도 다들 짬을 내서 어떻게든 자기 작업을 따로 하고있다는 것은 맞는 것 같다. 나도 그렇고.
하고있진 않아도 언젠가 자기 영화 찍고싶어한다던가

꽤 괜찮은 직업이다
미래에 하고자 하는 것과 연관되어있는 일이고
사람이 중요한 업계에서 일하니 인맥같은 부분도 있고
일을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배우는 것도 많다.
그래서 스토리보드 꾸준히 하면 나도 언젠가 영화 만들 때 큰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는 오산이었다.

꿩 먹고 알 먹고 식의 개이득은 없는 것이다
영화든 뭐든 창작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쳤기 때문에 오판한 거라고 생각한다.

까놓고 말해서 아무리 망한 감독이라 한들
10년동안 이 영화 저 영화 영화 감독만 한우물 판 사람과
스토리보드만 그리던 사람이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 했을 때
완성도있고 깊이있는 고민의 결과물이 나올 확률이 어느쪽이 높을까?
이 경우엔 차라리 10년동안 개고생한 지하 망돌이나 마약 중독으로 정신병원에 살림 차린 사람이 처음 영화 만들어보는게 더 신선하고 괜찮은 작품이 나올 것이다.

10년동안 스토리보드만 그린 사람이 만든 영화는 별로일 것이다.
왜냐면 콘텐츠가 스토리보드밖에 없으니까..
물론 정말 노력에 노력을 더해서
일을 함과 동시에 꾸준히 자극을 받아들이고 컨텐츠를 만들어나가는 사람에겐 좀 더 다양한 결과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짬 찬 사람들 중에 게으른 사람 없다. 근데 어쨌든 지금 스토리보드 작가 출신 중에 상업적으로 성공했던가 작가주의적으로 꾸준히 영화 만드는 사람 못봤다. (있다면 누군가 알려주세요..)

그리고 영화라고 하면 문화적으로 최신 콘텐츠를 접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Ott나 웹드라마 같은 건 최신 유행에 민감해야하지만
영화는 좀 더 영화적 문법에 집중하는 느낌이 있다.
더군다나 스토리보드는 뭐 가끔 감독한테 제의하고 그게 먹히는 경우는 있어도 잔재주일 뿐이다.
결국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걸 인간 프린터가 되어 뽑아낼 뿐이다.
그래서 영화 제작에 아주 중요한 톱니바퀴이지만
그저 톱니바퀴 중 하나일 뿐이기도 하다.

감독을 한다는 사람들은 돈 버는 능력은 없을 지언정 인생의 절반 이상을 창작에 쓴다.
그 외 다른 기술자들은 기술 연마에 시간과 노력을 쓴다.
돈과 창작이 비례하기 어려운 이유다.

예술가는 배고파야 한다는 옛말에 개호랑말코 같은 헛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돈이 아니라 시간과 노력에 대한 선택과 집중의 문제라는 뜻이었다.

물론 전혀 연관성 없는 사무직이나 할 때보다는 영화 콘티 스토리보드를 하는 지금이 훨씬 좋다. 사람이 잘 맞는 직업을 잘 가진다는 느낌이 이런건가 싶기도 하고.
그치만 미래에 창작을 할 생각이 있는 현재로선
만성적으로 하면 안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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