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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규칙성과 익숙함과 얘술

난생 처음 사운드 프로듀싱을 건드려봤다
음악적 지식은 아예 없어서 그냥 이거저거 눌러보는 수준이다.
그래도 귀는 달렸다고 듣다보면 박자가 튈 때 졸라 거슬린다.
하다보니까 음악답게 들리는 소리의 기준은 반복되는 사운드, 즉 박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한 박자나 멜로디를 찍어놔도 그 마디를 반복시키면 왠지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리고 그 박자에 익숙해졌을 때 뭐가 하나 튀면 꺼림칙한 기분이 든다.
그러니까 사람이 어떤 소리를 들었을 때 규칙성이 있고 그것에 익숙함을 느끼면 음악처럼 느끼는 거고, 계속 뜬금 없는 소리만 나오면 소음으로 느끼게되는 거 같다.
소음은 단순히 시끄러운 소리가 아닌 것이다.
테크노 음악 귀 엄청 따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그걸 음악이라고 느끼고 헤비메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결국 음악을 만든다는 건 철저한 규칙성 안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음악은 그렇지 않을 수 있는데 내가 잘 모르기도 하고, 유일하게 아는 현대음악가인 존 케이지는 오히려 박자가 굉장히 강조되는 음악을 만든 것 같다)
이 부분이 미술이랑 똑같다.
아무리 괴상해보이는 그림도 철저히 몇가지의 규칙 안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순수미술이 자유로운 창작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창작가들은 공감할 수 있듯이 핸디캡이 있어야 작업이 더 잘된다. 그 핸디캡이 규칙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함.
회화에서의 규칙성으로는 점/선/면이 있고
조소에서의 규칙성으로는 재료/부피/질량 이런게 있을거고
영상은 시간이 필수불가결한 재료이고
행위예술은 내가 배움이 짧아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 공간과 행위자 두가지가 무조건 설립해야한다는 지점에서 제약이 상당하다고 여겨진다.
현대미술은 기존의 규칙을 깨버리는 방식으로 새로운 것들이 시도되어 왔지만 ‘규칙을 깨는 일’이 규칙이 되었다고 본다. 그러다보니 요즘은 규칙을 깨는 것보다 더 자기가 할 수 있는 본질적인 이야기들을 꺼내는 것 같음

기준과 규칙을 벗어나 새로운 걸 만들어내고 싶지만 결국에는 벗어날 수 없다.
왜냐하면 나 혼자 해서 보고 땡 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그러고보면 규칙은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가장 강압적인 방법이면서 효율적인 방법이다.
창작자들은 새로운 걸 발견해내고 그 관점으로 세상을 비추어 관객에게 전달하는 게 일인데 사실상 그 자유도가 높진 않다. 그치만 그거에 대해 답답해하는 사람은 아직 못본듯

요즘 취미로 하는 것들이 다 소리에 관한 것들인데,
미술보다 상당히 규칙을 엄격히 지켜야하고 듣는 사람의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매번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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