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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국립현대미술관 가면 짜증나는 점

전시가 구려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거의 안가다가

코로나 터지고 발길을 완전히 끊었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088270.html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사퇴…정권 교체 뒤 집중감사

지난주 사직서 제출해 수리…잔여 임기 1년10개월

www.hani.co.kr

최근 들어 전시 아이템들이 다 괜찮아지고 있는 거 같다고 느꼈는데

정권이 바뀌어서였나?!??! 합리적 의심.

 

그동안 국현에서는 작품 자체보다 그 공간에서 느껴지는 과한 이념이 불편했고

관람객이 인스타 전시용 사진 찍는 걸 볼때마다 몰입이 너무 깨졌다.

특히 머 헤드셋 쓰고 봐야하는 오디오 비주얼 채널 같은 작품이 사진이 잘나오는지 아주 인기인 듯 보인다. 

뒤에서 사진 찍고 있는 거 구경하고 있자니 슬슬 기분이 나빠지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기분이 나쁠 이유는 없는 거다. 

집중해서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지만 

피상적으로 감상하는 건 안된다?

하지만 저 사람들이 나보다 일찍 왔고 똑같은 입장료를 냈기 때문에 내가 기분이 나쁠 객관적 이유가 없더라고.

사실 도서관에서 만석인데 자리 차지하고 핸드폰 게임하고 있으면 짜증이 나고 그게 부당하진 않다.

도서관은 책 읽는 곳이고 미술관은 작품을 감상하는 곳이니까 같은 맥락일 수 있다.

그런데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미술관 측에서 '인스타 사진 찍으세요' 류의 마케팅을 자기들이 하고 있어서

인스타에 사진도 안 찍어 올리는 관람객인 내가 기분 나빠하면 안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2019년 경이었나 국립현대미술관 고객자문단으로 활동할 때 이 미술관은 마케팅에 미쳐있다는 걸 알았다. 

아무래도 예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미술관은 개노잼 공간이고 접근성도 낮기 때문에 운영이 점점 어려워지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1년 내내 토의 주제가 'VR, AR, SNS, 해시태그' 이런 키워드였다.

그러다가 코로나로 그나마 있던 발길도 끊기니까 갑자기 클래식 가수를 불러와서 공연을 하고

아그리파 뎃셍 그리기 대회를 열고 방문 인증샷 해시태그 달면 뭐 주고 등등 온갖 똥꼬쇼를 하다가

요즘 들어서 관객참여형 이벤트로 안정화 되고 있는 듯하다. 

그니까 주말 관객의 80퍼센트 이상이 작품 내용이나 전시보다 정제되고 스타일리쉬해 보이는 공간에서 

헤드셋 쓰고 y2k 처럼 사진 찍는거에 내가 기분 나빠하면 안되는 거다.

하지만 기분 안좋아. 

이게 전공자로서 가지는 우월의식인가 싶기도 한데 

난 디뮤지엄 같은 곳은 오히려 환영했었다. 

애기 엄마가 바닥에 앉아서 애기랑 놀아주는 모습이 되게 괜찮았어.

퐁피두 미술관에서 사람들이 여기저기 앉아서 스케치하고 자기들끼리 의견 나누고 

뭐 사진도 많이 찍는데 그래 페인팅 앞에서 셀카 찍는 거 흐린 눈 하면 돼 작품도 내 눈에 보이니까.

근데 오디오 비주얼 작품에서 그러니까 매우 열이 받는다 이거에요

소리도 안들리고 화면도 안보이는데 사진을 몇장을 찍냐고!

이러다보니까 관람시간 너무 길어져서 결국 1시간 반 짜리 오디오 비주얼 아트 하나 앞에서

걍 첨부터 끝까지 죽치고 있었다.

피터 바이벨 짱.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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