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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가스라이팅'을 대체할 단어가 필요해

예전에 철구랑 전 와이프 외질혜? 방송 클립에서 외짏이 철구한텡 '가스라이팅 하지 마세요' 어쩌구 하는 걸 봤다.

솔직한 심정으로 이런 친구들도 이 단어를 아나? 싶어서 좀 의외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들은 좀 다른 의미로 사용한게 아닌가 싶다. 

뭐만하면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진짜 오남용되고 있긴 한데 난 그게 그렇게 나쁘단 생각은 안했다. 

근데 위근우 칼럼니스트는 많이 빡쳤나봄.

나도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왜곡해서 사용하는거 치가 떨릴 만큼 싫을 때가 있어서 이해는 된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꼭 단어의 의미를 크게 곡해했다고만 볼 수 있을까?

특히 조금이라도 일반적인 범주에서 벗어나면 눌러버리려고 하는 한국인들의 특성은 폭력에 가깝지 않나.

여자는 이래야돼

남자는 이래야돼

학생이면 학생답게 

뭐 다 적기도 어려울만큼 많잖아. 

이게 한두번이면 어쩌라고 ㅅㄱ 이러고 치워버릴 수 있지만 그냥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매 순간 벌어지는 일이다. 

그렇게 당하면서 불편하긴 한데 이걸 드러내면 또 지랄하고 어디 말 할 데도 없고. 

이런 불쾌함과 스트레스가 정확하게 콕 집어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어려웠다. 

표현할 단어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비슷한 의미를 가진 가스라이팅을 가져다가 신명나게 쓰고있는 것 같다.

 

나도 최근에 남친(30대 중반)이 자꾸 나(20대 후반)한테 너 이제 어리지 않다는 둥, 너도 서른이라는 둥, 나이도 있는데 잼민이 같은 말투를 쓰냐는 둥, 적지 않은 나이라는 둥 ㅋㅋㅋ 시발 쓰면서도 웃기네 

여튼 어쨌든 나보다 영원히 늙어있을 사람이 자꾸 저런 말을 해서 첨엔 화도 안나서 웃으며 넘기거나 대답을 안했음.

그래도 계속 저러니까 빡쳐서 "가스라이팅 하지마!"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그 뒤로 단 한번도 비슷한 말조차 꺼낸 적 없음. 

실로 놀라운 언어의 힘 아니냐.

 

또 한 경험으로는 학부 졸업하자마자 코로나 터져서 덜컥 겁먹고 취직했던 입시학원에서였다.

개인 작업하려고 그만두겠다고 하자 사수가 "그만두면 뭐할거에요?", "졸업하고 개인작업 하다가 잘 안풀리면 다시 대학원 가고. 대학원 졸업하고 나면 또 사회 나와서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돼.", "예체능 다 똑같아. 그런 사람들 한 두명 본 거 아니에요", "여기서 일 잘 배우고 나서 개인 작업 해도 늦지 않아요.", "입시학원 중에 이렇게 해주는 데가 어딨어."  등등의 말을 했었다. 

그만두려는 강사들한테 죄다 저런 식으로 개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미래를, 학원에 대해서 긍정적인 부분만 그리며 못나가게 했었다. 

난 또 ㅋ 순진했어서 어버버 하다가 3개월을 더 질질 끌다가 퇴사했다. 

그 사수는 거기 오래 다닌 강사들 모아놓고 주기적으로 존내 갈구고 그걸 내가 보게 했다. 한명은 걍 매번 울었다. 

정해진 시간 외 근무도 존나 시켰고. 

그때 스트레스 심해서 집에도 잘 못들어가고 역류성 식도염 때문에 가만히 있다가도 사레들리고 그랬음.

저런데도 어떻게 몇년이나 다녔지? 왜 안그만두지? 왜 이 학원에 애정이 넘치지?? 존ㄴㅏ 이해 안됐는데

저것도 일종의 가스라이팅이 아니었을까 싶은거다. 

 

저 당시 누군가 나에게 "너 그 학원에서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는거야!"라고 말해줬더라면

진짜 그게 사전적이든 심리학적이든 정의에 들어맞지 않았더라도 좀 더 빨리 정신차릴 수 있었을 것 같다. 

뭔가 기분이 팍 상하는 거 까진 아닌데 좀 꽁기한데 막 틀린 말은 아닌 거 같고.. 

이런 데서 오는 불편감을 표현 할 단어를 찾았다 싶은 거지. 

 

그래서 이 단어를 막 갖다 쓰는 걸 비난하고 싶진 않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기 위해 언어는 필요하니까.

대신 다른 단어로 대체하면 좋을 거 같다. 

 

나 가스라이팅 하지 마라 =

1. 나 루시퍼 하지 마라 

 (나를 묶고 가둔다면 사랑도 묶인채 미래도 묶인 채 커질 수 없는데)

2. 

 

아무리 생각해도 저거밖에 생각 안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