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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

시 수업 뒷풀이

귀여운 양말 개시 

옷 뭐 입을지 고민될 때마다 운세 사이트 가서 코디 추천 보는데

물방울 무늬 입으래서 이거 신음

 

약 두 달 간의 시 수업이 끝났다

마지막 날은 설렁설렁 피자도 먹고 어린 친구들 수다 떠는 거 구경도 하고..

수강생 중 한 분이 치킨을 시켜주셨는데 한 입 먹자마자 성인들끼리 눈빛 교환이 이뤄지더니 모두 투다리로 직행ㅋㅋ

피자 먹으면서 미성년자와 2대 중반 이하 여성들의 수다를 듣고있노라니

어떻게 술 한 방울 안 마시고 저런 얘기를 저렇게 하지 ?! 란 생각이 들었다

그 발랄함에 치여 죽을 거 같음

 

성인들의 뒷풀이 자리는 ......

저번에도 끝나고 나서 뭔가 잔뜩 생각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다시 보니 저 때 느낀 바랑 크게 다를 게 없네

 

아이돌 팬이 모여있는 자리에 나 혼자 음악 안 듣는 사람이 된 거 같은 느낌

그래도 한 분이 나한테 제일 좋아하는 시인이 누구냐고 물으셨는데

저는 시인 하나만 알고 이 수업을 듣게됐어요,, 최승자

선생님 및 다른 분들도 그 분 한 명만 알아도 시 다 알았다 이런식으로 대답해주심

 

그래두 저번엔 나보고 시 되게 잘 읽었다고 해주신 분도 계셔서 좀 기분이 좋았는데

이번엔 문창과 학생도 두 명이나 있어서 정말 시인과 시집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했다

난 그 세계에 대해서는 아직도 별 관심이 안 생긴다

그냥 내꺼  쓰고 내가 읽고 으흐흐 괜찮은데? 이러는게 익숙하다.

방법을 모르기도 하고 쌓여있는 시가 없으면 어디 등단을 해도 문제다

 

중~노년 수강생들이 유독 수업에 대해 적극적이셨다

사설 강의를 만드셔서 일주일에 한 편씩 합평을 하자는 둥

어젠 그냥 열정이 많으신 분들인가보다 싶었는데 오늘 아침에 다시 생각해보니 그 분들껜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시행착오를 겪고 천천히 깨달을 시간을 보낼 때, 그 분들은 그럴 여유가 없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분들께 시를 많이 쓰려고 하시기보단 시 이외의 것들도 많이 써보시는게 어떻냐고 말씀드렸는데 주제넘었고요;

 

다음 수업 땐 뒷풀이 자리 나가지 말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같은 선생님 수업을 연속으로 같이 수강했던 분이랑, 선생님 말씀 하시는 거 듣는 게 좋아서 또 갈 거 같기도 하고. 

한 해가 갈 수록 내 바운더리 이외의 사람들과 술 마시는 일이 점점 공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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